더 나은 나를 위한 노력

<파인다이닝> by 윤이형 외 6명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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조금 웃기지만 가장 맘에 든 글은 책 첫 페이지의 ‘기획의 말’이었다.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서 내가 나를 위한 요리, 나를 위한 공간에 들이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. 많은 작가의 단편을 모은 책이었고, 매 글마다 나름대로 재밌다고 느끼며 읽었는데 지금 와서 포스트잇이 붙은 부분을 정리해보니 윤이형 작가가 참 맘에 들었나보다.

p6 기획의 말 by 윤이형 중.
사람마다 다르겠지만, 내게 요리라는 행위는 ‘계속 살아가겠다’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일 때가 많다. (중략) 죽음에 맞서고 있다고 느낀다. 온갖 맥 빠지는 일들, 좌절, 실패, 낮아진 자존감에도 불구하고, 살아가는 일을 아직은 포기하지 않았다고 느낀다.

p79 승혜와 미오 by 윤이형 중.
마치 이호가 자신과 미오의 아이이고, 일하러 간 미오를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상상. 아니, 그래서는 안되었다. 이호는 이호 엄마의 아이였다. 그렇게 남의 삶을 아무렇게나 환상으로 바꿔 슬쩍 올라타려 해서는 안 되었다.

p86 승혜와 미오 by 윤이형 중.
미오의 그 미소 속에는 -승혜의 마음속 가장 유치한 부분을 동원하여 말하자면- ‘대체할 수 없음‘이 선명히 들어 있었다. 손에는 말아 쥔 마이크와 남은 프린트 무더기를 들고, 그날 별로 신경을 써서 입고 나가지 못한 탓에 여기저기 구겨진 검은색 폴로 티셔츠와 낡은 청바지를 입고, 화장도 하지 못한 채 옛 연인을 마주하고 서 있는 미오의 얼굴에 떠오른 건, 분명 자신의 초라함을 무참해하는 사람의 표정이었다.

p90 승혜와 미오 by 윤이형 중.
하지만 그렇다 해도, 승혜는 그런 사람이었고, 있을 수 있다거나 있어야 한다거나, 가 아니라 이미 그냥 그렇게 세상에 ‘있었다’. 그래서 승혜는, 자신이 이상하다거나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수록 더 꿋꿋해야 한다고 생각했다. 남들이 무어라고 하든 두 땅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서 있어야 했다.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했고, 그래서 세상에 자신만의 작은 쓸모를 만들어야 했다. 설령 그 ‘쓸모’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별로 들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.